1.
자사(紫砂)는 중국 강소성 의흥시(宜興市) 정촉진(丁蜀鎭)에서 나는 독특한 광석으로 자니(紫泥), 홍니(紅泥), 본산녹니(本山綠泥)를 통틀어서 자사라고 한다. 이 자사광석(紫砂鑛石)을 이용해 차를 우릴 수 있는 호(壺)를 만든 것이 바로 자사호(紫砂壺)이다.

자사광석이 생산되는 의흥시 정촉진의 황룡산과 청룡산은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다. 청룡산에서는 일반적인 도자기 흙이 생산되고 양질의 자사광석은 대부분 황룡산에서 채굴되었다. 이곳 지방 사람들은 황룡산을 본지방의 산이라는 뜻으로 본산(本山)이라고 부른다.

석영(石英), 운모(雲母), 적철광(赤鐵광) 등 각종 광물질로 이루어진 자사는 도자기흙(陶土)으로서의 장점인 미세한 공기 구멍이 많아서 통기성이 좋고 냉온의 급격한 변화에도 잘 적응한다. 그래서 때로 사람들은 자사를 “흙 중의 흙, 암 중의 암” 이라고 하여 그 가치를 보배만큼이나 귀하게 여긴다. 실제로 좋은 자사는 금값보다 비싸다.

자사는 부드러운 흙으로 되어 있어 물과 섞어 바로 사용할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채굴했을 때는 돌멩이와 같이 단단하다. 그래서 파낸 원석을 흙으로 바꿔줘야 한다. 광석을 잘게 부순 다음 체에 걸러서 물에 침전시켜 놓은 상태를 생니(生泥)라고 하며, 생니에서 공기를 빼고 가공한 상태의 흙을 숙니(熟泥)라고 한다. 이 숙니 상태의 흙으로 자사호를 만든다.

자사광석을 숙니로 만드는 전통적인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자사광산에서 자사원석을 채굴한다.
② 자사를 노천에 쌓아 두고 비바람을 맞히면서 자연스럽게 풍화시킨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3년 정도까지 풍화를 시키면 흙 속의 광물질이 자연스럽게 빠진다.
③ 어느 정도 풍화가 된 광석을 망치를 이용해 일정한 크기로 잘게 부순다. 자사는 공기와 접촉하고 비바람을 맞으면 특성상 저절로 잘게 잘 부서진다.
④ 잘게 부순 광석을 다시 맷돌에 갈아서 고운 체로 거른다.
⑤ 곱게 걸러진 광석을 물 속에 담가 놓고 침전시킨다. 이때 불순물은 물 위에 뜬다.
⑥ 일정 시간이 지난 다음 물을 버리고 나무망치로 두들겨 흙 속의 공기를 완전히 빼내어 숙니(熟泥)로 만든다. 이것으로 자사호를 만들기도 하고, 일부의 흙은 장기간 숙성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전통적인 가공 방식은 생산량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현대에 들어와서는 자사광석을 전문적으로 가공하여 니(泥)로 만드는 니창(泥廠)에서 대부분 이 일을 담당하고 있다.

2.
의흥에서 생산되는 자사호의 종류는 참으로 다양하다. 형태가 1천여 가지이상이고 흙의 색상도 각양각색,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워낙 종류가 많고 가격의 편차도 심해서, 얼마를 주고 어떤 자사호를 사야 하는지, 내가 지불하는 돈이 이 자사호에 적절한 가격인지 초심자들에게는 혼돈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사호는 시장에서 만들어 대량으로 판매되는 경우에 가장 싸다. 이때는 보편적으로 인민폐로 30위안(한화 약 5~6천원) 정도에서부터 가격이 형성된다. 국가 인사국이나 지방의 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있는 작가 직급의 구분에 따라 가격이 형성되기도 한다.

이때는 작가들이 어떤 목적과 방식으로 자사호를 만들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작가가 좀더 대중적으로 작품을 보급하기를 원하는 경우에는 전체 성형은 틀작업으로 하고 마무리만 수공으로하여 가격을 낮춘다. 예술적 목적으로 소량 생산했을 경우에는 당연히 작품의 가격은 올라간다. 고급공예사들은 자기가 생산한 작품들을 밑그림으로 설계 한 다음, 흙의 수축율까지 감안하여 아주 정교하게 작업을 하기 때문에 한 작품이 완성되는데 보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완성된 자사호는 가격이 매우 높아진다. (국가 대사급 작가의 자사호가 약 10만 위안(약 1천8백만원) 이상으로 거래가 되는 예는 자주있다.)

실제로 가보면 정촉진은 매우 작아 10~20분 정도면 시내 어디든지 갈 수 있는 지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누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래서 고급 작가들의 자사호나 시장에서 인기가 있는 자사호는 금세 모방품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 모방품 역시 누가 어디에서 만들었는지 다 알고 있기에 아무도 이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방품이 나오는 것에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작가들은 자기 작품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자사호를 보면 그것을 만든 작가의 성격이나 평소 철학을 읽을 수 있고, 작가를 만나보면 그가 만든 자사호의 형태를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다. 


원문 : 도서 <중국차의 이해>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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