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이런 주제로 글을 한 번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게으름만 피우다가 오늘 드디어 쓰게 되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자사호를 구매하고 사용할 때 참조하시면 좋겠습니다.



▶ 자사호를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할 점


1. 외관이 마음에 드는 자사호를 발견했을 때에는 세심하게 흠이 없나를 살펴봐야 합니다. 자사호의 겉 모양이 좋아도 내부 표면처리가 안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출수구 쪽에 구멍이 제대로 뚫려 있나를 보아야 사용할 때 낭패를 면할 수 있습니다.

2. 절수가 잘 되어야 좋은 호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대만 쪽 상인들이 대량으로 만든 저가 자사호를 비싸게 팔아먹기 위해서 만든 얘기입니다. 물론 절수가 잘 되면 더욱 좋겠지만 고급호가 다 절수가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절수가 잘 되게 디자인해서 대량으로 생산한 저가 자사호가 절수가 더 잘 됩니다. 중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차판매 연쇄점인 천복명차에서 판매하는 자사호들이 대개 그렇습니다. 니료는 최저급이면서 절수는 기막히게 잘 됩니다. 또한 차를 우릴 때 뚜껑 사이로 물이 새어나온다고 무조건 나쁜 호가 아닙니다. 물론 애초부터 잘못 만들어 많이 새어나오는 것은 안 되겠지만 어느 정도 새어 나오는 것은 무방합니다. 완벽하게 딱 맞는 뚜껑을 가진 자사호는 1%도 안 될 것입니다.

3. 뜨거운 물을 부어서 출수를 확인한 후에 뚜껑을 열어 안쪽의 냄새를 맡아봅니다. 저급 니료로 만든 호는 泥味라고 해서 흙냄새가 납니다. 이런 호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좋은 자사니로 만든 호는 대개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간혹 고급니료로 정교하게 만든 호에서 냄새가 날 수가 있는데, 이것은 작가가 호를 제작한 후에 외관을 아름답게 하려고 양호하는 과정에서 의흥홍차같은 차를 우리면서 냄새가 밴 경우입니다. 특히 녹니 계열의 호는 냄새가 잘 배는데 이것은 양호과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의흥의 자사작가들은 이런 면에서 책임감이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호를 일단 물에 넣고 몇 시간 삶은 후에 꺼냈다가 다시 자기가 우리고자 하는 차 종류의 찻잎을 한 줌 물에 넣어서 호와 같이 삶아주면 대개 해결됩니다.

4. 상품호를 구매할 때에는 니료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상품호는 어차피 가격이 싸고 실생활에서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차맛을 잘 내주면 만족입니다. 상품호에 증서가 있는 것은 별 의미가 없고, 있다 해서 가치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잘 사용하면 됩니다. 니료의 좋고 나쁨은 초보자가 구별하기 어렵고 저 역시 자신 없습니다. 그러나 사용해보면 압니다. 좋은 니료로 만든 자사호는 양호가 잘 되고 차맛이 좋습니다. 차맛을 잘 내주는지 여부는 간단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같은 차를 동시에 자사호와 개완으로 우려보면 맛이 확연히 차이납니다. 또한 좋은 니료로 만든 것은 양호해보면 금방 진가가 드러납니다. 며칠만 길러보면 표면에 광택이 생기면서 아름다워지는 것을 확연하게 알 수 있습니다.

참고로 자사호의 가격에서 니료가 차지하는 부분은 매우 적습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10만원짜리 무게 200g의 자사호를 구매한다면 그 중에 니료가 차지하는 액수는 대개 500원도 안 됩니다. 니료 1kg에 한화 1000원 정도라면 대개 상품호를 만드는 적정한 품질의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말하는 최고급에 속하는 민국녹니라고 해도 1kg에 2~3만원 수준입니다. 북경도사가 만든 상품호는 kg당 5000원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왜 그런 싼 니료로 상품호를 만들까요. 비싼 니료로 만들어서 더 비싸게 팔면 이익일 텐데요. 그 이유는 니료를 구매할 때 대개 톤 단위로 구매하기 때문에 작가 입장에서는 목돈이 들어갑니다. 게다가 어차피 소비자는 니료를 모르기 때문에 고급니료를 썼다고 해서 더 알아주는 것도 아닙니다. 작가 입장에서야 절약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되도록 지출을 줄이려고 하게 마련입니다.

5. 전수공호와 반수공호를 구분하는 것은 간단하면서 어렵습니다. 화화가 아닌 광화를 볼 때 호신 안쪽을 만져보면 뚜껑이 있는 부분에 세로로 일직선이 되게 돌출되어 있는 것은 전수공호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모구로 찍어서 만든 반수공호를 전수공처럼 보이게 하려고 일부러 돌출되게 덧붙여서 만든 것도 가끔 있기 때문에 100% 믿으면 안 됩니다. 화화는 대개 전수공이 아닙니다. 유명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화화라도 일부분은 모구로 찍어서 붙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수공으로 만든 화화는 매우 드물고 가격도 매우 비쌉니다. 전수공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반수공이라고 해서 반드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대사급 작가들도 모구로 찍은 반수공호를 많이 만듭니다. 일반 소비자라면 전수공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전수공호는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대개 가격이 비쌉니다.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자사호의 99% 이상은 반수공입니다.

6. 양호가 이미 잘 되어 있는 호를 구매한다면 이 호에 어떤 차를 우렸을까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대개는 의흥홍차일 확률이 높습니다. 의흥의 작가들은 의흥홍차를 주로 마시면서 양호합니다. 그들은 양호에 가장 좋은 차가 의홍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의홍만 마시면서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보이차나 철관음을 마시는 작가는 아직도 극소수에 머물고 있습니다. 자사호 작가들은 생각보다 차를 잘 모르며 알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홍차를 우렸던 호라고 해서 보이차를 못 우릴 이유는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 자사호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

1. 자사호를 처음 사용할 때 반드시 물에 넣고 삶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의흥에서 자사호를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끓인 물로 한 번 헹구고 곧장 차를 넣고 우려냅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반드시 물에 넣고 삶아야 하는 자사호라면 저급 니료를 사용해서 만든 것입니다.

2. 하나의 차호로는 한 종류 차만 우리는 것이 좋습니다. 보이차라면 생차와 숙차를 구분해야 하고, 생차라도 신차와 노차를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철관음을 우리던 차호로 대만오룡인 동정오룡을 우리는 것은 상관이 없지만 암차를 우리게 되면 좀 곤란합니다. 이런 것은 발효도와 차향의 종류에 연관됩니다.

3. 자사호를 사용한 후에는 반드시 뜨거운 물로 잘 씻어서 차 찌꺼기가 남지 않도록 하고, 완전히 마른 후에 뚜껑을 닫아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자사호 안에 차를 넣고 물을 부은 후에 장시간 방치하게 되면 차호에 나쁜 냄새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면 골치 아파집니다.



▶ 올바른 양호법

양호의 과정은 자사호 매니아들의 즐거움입니다. 하루하루 아름답게 변해가는 자사호를 보면 저절로 사랑스럽다는 감정이 생겨납니다. 양호법은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 없습니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차가 다르듯 양호법 역시 아주 다양합니다. 여기서는 지금까지 제 양호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저를 따라하시면 최소한 큰 실수는 하지 않으실 겁니다.

찻물로 양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러나 제 경험으로 보면 끓인 맹물로 양호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자사호에 차를 넣고 우리면서 수시로 이렇게 뜨거운 물을 부어줍니다 자사호 안에 있는 찻물도 뜨겁고 위에 붓는 물도 뜨겁고, 자사호 자체도 매우 뜨겁습니다. 물이 안 닿는 부분이 없도록 출수구와 손잡이까지 골고루 뜨거운 물을 부어줍니다. 호신이 뜨겁기 때문에 표면이 금방 마릅니다.

이때 거칠지는 않지만 아주 곱지도 않은 사진 속의 수건같은 천으로 표면을 문지르며 닦아줍니다.

수건은 마른 상태가 아닌, 약간 젖은 상태가 좋습니다. 물을 조금 묻힌 상태로 이렇게 약간 힘을 주어서 표면을 닦아 줍니다.

주둥이도 빼놓지 않고 닦아줘야 균일하게 됩니다. 단, 실수로 부러뜨리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손잡이 부분을 포함해 소홀하기 쉬운 부분도 빼놓지 말고 닦아줍니다.

바닥도 이렇게 닦아줘야 차때가 끼어서 보기 흉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뚜껑 안쪽은 사실 안 닦아도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닦아주면 더 좋습니다.

차를 다 마시고 나서 이렇게 내부까지 닦을 수도 있습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 사용하다보면 차때가 끼고 그게 더 멋질 수도 있는 거니까요.

양호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뜨거울 때 닦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완전히 마른 수건이 아닌 약간 물기가 있는 수건으로 닦아야 하며, 수건은 아주 부드럽지도 않고 거칠지도 않은 정도가 좋습니다.

원광니료로 만든 자사호는 양호가 아주 쉽습니다.
몇 번만 이렇게 해주면 금새 표면에 광택이 나면서 층 하나가 새로 생긴듯한 느낌이 납니다. 이런 것을 중국어로는 包?이라고 합니다. 양호가 극도로 잘 된 자사호는 그 자체로 예술이 됩니다.

지금 사진 속의 자사호는 이정강 작가의 철지호인데 몇 달 후에 제대로 양호한 주니호가 어떤 모양인지를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지금도 훌륭하지만 공을 들여서 집중적으로 양호하면 어떤 모양이 되는지 궁금증을 풀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