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숙병으로 진화중인 차를 소개합니다. 올해 상품소개를 목적으로 시음해 본 숙병 중에서는 단연 최고라고 하겠습니다.

포장지가 특이합니다. 중국에서는 이런 포장지를 그물 문양처럼 생겼다고 해서 網紋紙라고 부르는데, 주로 80년대에 많이 사용되었고, 90년대 후반에도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약간 시스루 느낌이 나면서 고풍스럽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이 차를 제작할 때 특별히 80년대 풍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무게를 재보면 대략 320~330g 정도 나옵니다. 처음 제작할 때부터 일반 병차보다 조금 적은 무게였을 가능성이 있고, 건창보관으로 세월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무게가 줄어든 것 같습니다.

이 차의 원소장가 말로는 99년 차라고 하는데, 그 시기 보이차의 진기는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제 감관으로 판단해보면 이 차의 진기는 대략 늦어도 02년 이전에 생산되었다고 보여집니다. 일단은 원소장가의 의견을 존중하여 99년 차로 소개합니다.

철병이라 이렇게 납작합니다. 높이를 재보면 보통 병차의 2/3 정도밖에 안 됩니다. 이런 노랗고 질긴 종이를 牛皮紙라고 부르는데, 하관차창에서 나온 차들 중에 이런 포장을 사용한 것이 많습니다.

뒷면입니다. 병면에 어린 잎이 쫙 깔렸습니다. 아주 보기가 좋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 보이지만 철병 특유의 돌기(유정乳丁)가 있습니다. 하관차창 철병의 유정은 배열과 생김새가 불규칙하다는 특징이 있는데 이 차의 유정은 그 특징에 부합합니다.

앞면 역시 병면에 어린 잎을 쫙 깔았습니다. 살면했다는 얘긴데, 그렇다고 해서 속의 찻잎이 거친 것은 아닙니다. 상대적으로 거친 잎일 뿐 속의 찻잎도 전체적으로 보면 어린 잎 위주입니다.

궁정급 모차를 많이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살면을 넘어 그냥 병배라고 봐야겠네요.

7g을 우려봅니다.

9시 방향으로부터 제 8포까지의 탕색변화입니다. 전체적으로 평가하면 매우 훌륭한 차품으로서 지금 당장 즐기기에 적합합니다. 한 5년 정도 기다리면 명품이 될 겁니다. 마치 80년대 하관철숙병의 10년 전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건창으로 잘 보관된 진년 숙병이라서 세차할 때와 제 1포를 우릴 때 찻잎이 개완 수면으로 둥둥 뜹니다. 향을 맡아보면 숙향 숙미가 매우 적습니다. 차탕 역시 깔끔하면서 발효도가 높고 거부감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특히 단맛이 진하고 회감이 무척 빠르며 오래갑니다. 숙병 중에 이 정도로 첨도(단맛이 나는 정도)가 높은 차는 아마 구경하기 힘들 겁니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내포성도 매우 훌륭합니다. 10포 이상 우려내도 맛과 향이 유지됩니다. 그러나 굳이 그렇게 많이 우릴 필요는 없겠고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대략 6포까지 우리되, 매 포마다 진하게 우려서 즐기는 것을 권합니다.

이 차는 대형차창에서 나온 병배차로서 전체적으로 보면 중발효 공법으로 만든 모차를 많이 썼습니다.

엽저를 보면 색깔이 연한 것과 진한 것이 구분됩니다.

연한 편인 엽저.

색깔이 검은 색에 가까운 것은 발효도가 높은 엽저입니다. 습창에 들어가서 단기간에 탄화된 것과는 구분됩니다. 만져보면 그다지 딱딱하지 않습니다.

이 차는 시중에 보기 드문 진년 철숙병입니다. 차품도 좋지만 외관상 희소성이 있는데다 포장지가 좀 고색창연한 느낌을 주기때문에 선물용으로도 좋습니다. 물론 맛과 향이 매우 뛰어나서 평소 즐기기에도 좋습니다.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거의 완성된 고급차입니다.